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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랑은 예고가 없습니다

♥약용식물관리사 고객센터 2016. 8. 28. 15:44


사랑은 예고가 없습니다.


미국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기 한달 전,

친구의 부탁으로 2:2 미팅을 하게됐죠. 어차피 성사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소개팅이 끝나고 남자쪽 두명 중 한 명. 개그맨 김인석을 닮은 착하고 평범한 남자한테서 애프터 신청을 받았죠. 기대도 안했는데 제가 맘에 들었다나 뭐라나...


하지만 어차피 한달후면 떠날 몸. 만나는게 예의가 아니다 싶어 망설여졌지요. 그러나 그는 매일같이 장미꽃 한송이를 준비해 찾아왔고, 그 순수함에 끌려 차마 얼마뒤에 떠난다는 말을 못한채 계속 만났지요.


그러다가 드디어 어학연수 가기 이틀전, 그가 역시나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며 


우리 이제 진지하게 만나볼래?


아... 더이상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죠. 이미 너무 늦은것도 미안했구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사실은 나... 내일 미국가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그리고 정말 그동안 고마웠어.


그는 많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다정하게 대해줬죠. 하지만 이후 친구를 통해 들으니 제가 떠난뒤 그는 학교에서 엄청 놀림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소개팅만 하면 주변에서


야 잘 알아보고 한거야? 혹시 그 여자도 미국간다 그러는거 아니고?


정말 미안했지만 딱히 사과할 방법을 찾지못한채 흐르는 시간이 6년. 그런데 어느날 깨톡을 통해 그와 다시 연락을 하게됐고, 서로의 안부를 묻던중 그가 말했죠. 


우리 오랫만에 얼굴볼까? 근데 나 그때 너때문에 친구들한테 엄청 놀림받았어. 그러니까 이번에 또 갑자기 어디로 가버리면 안된다.


장난섞인 얘기를 주고 받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약속 장소와 날짜를 잡았고, 며칠뒤 약속장소로 가는길. 하늘이 구멍난 것처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멀리서 그 비를 뚫고 제쪽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 6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착하고 순수한 눈빛의 그였지요. 그리고 밥을 먹으러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는데


오는길에 니가 좋아할거 같아서 하나샀어.


그건 다름 아닌 마카롱, 놀라운건 제가 그날 준비해간것도 다름아닌 마카롱이었다는것. 그래서 우린 서로 운명이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재회를 마쳤고, 이후로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진뒤 그는 6년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한 번


우리 이제 진지하게 만나볼래?


그리고 전 거기에 기쁘게 yes라고 답한 결과, 부부가 된 지금까지 마카롱보다 더 달콤한 사랑을 나누며 잘살고 있습니다.


사랑은 예고가 없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를하고 있어야 하죠. 그걸 몰랐던 저는 순수한 청년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떠났지만 그를 다시 만나고 난 뒤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그를 사랑할 만반의 준비를 가지고 그를 사랑하고 있죠. 그러니 사랑하고 싶다면 누구를 만나든 가능성을 열어둔채로 만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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