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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랑은 밥먹듯이 해야합니다

♥약용식물관리사 고객센터 2016. 8. 31. 03:09



사랑은 밥먹듯이 해야합니다


퇴근하고 할일 없으면 밥이나 먹을래요?


아는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낸지 5년, 솔직히 좀 괜찮은 남자라 생각했지만 뜬금없이 연락을 해오니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거절은 안했죠. 


그냥 밥 한끼 먹는거라 생각하며 애써 담담한 마음으로 나가 밥을 먹었고, 가벼운 드라이브를하며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도 한 잔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죠.


그런데 이후로도 계속되는 그의 연락.


오늘도 나랑 밥먹을래요? 내가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


사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39세 남자. 저는 38살 여자. 적지않은 나이에 혼자 살고있던 우리는 같이 밥먹어줄 사람이 궁했고, 종종 만나 식사를하고 영화를 보곤했죠. 비슷한 처지라 그런지 대화가 잘 통했고, 특별히 모나거나 나쁜점이 없어서 그와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석달쯤 지났을까? 그가 값자기 뜬금없이


우리 결혼할래요?


이번엔 정말 어이가 없었죠.


네? 지금 뭐라 그러셨어요?


결혼하자구요. 어차피 서로 알만큼 알잖아요. 5년이나 알면서 지내왔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가...


아유..그래도 이건 아니죠... 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이에요...?


거창한 이벤트까지는 아니어도 그렇게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받고 얼씨구나 좋다는 여자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기분이 상한 저는 몇 번의 말다툼 끝에 돌아섰고, 그는 그런 절 잡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그를 보면서 생각했죠.


"그래. 역시 날 사랑하는건 아니었어. 내가 자기 생각하는 것만큼의 반만큼도 생각해주지 않는 사람이었어. 헤어지길 잘했지. 그래 안 만나는게 좋은거야. 그래 이게 맞는거야. 그래 그래 맞구 말구..."


간만에 진짜로 옳은 결정을 한거라고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지냈죠. 그런데 정이라는거 무시 못한다더니 시간이 갈수록 그가 보고싶어지더라구요. 식사때가 되면 그의 얼굴이 아른거렸고, 안부가 궁금해졌죠


식사때가 되면 그의 얼굴이 아른거렸고, 안부가 궁금해졌죠. 마주 앉아 차 마시며 나눴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생각났고, 그 때마다 아늑한 소파처럼 편안하게 웃어주던 그의 미소가 그리웠죠.


그러다가 어느날 저도 모르게 뭐에 홀린것처럼 그만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마치 아무일 없다는듯이


거봐. 나 없으니까 같이 밥먹어줄 사람 없죠? 이따 모시러 갈께요.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해요.


그날도 우리는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마주보며 차를 마셨고 실로 아주 오랜만에 다시 편안함을 느꼈죠. 그리고 어느덧 결혼 5년차. 그는 여전히 밍숭맹숭 달콤한 말 한마디 못해주는 멋없는 남자. 하지만 덕분에 우리집은 큰 소리 하는법 하나없이 잔잔한 바다처럼 평화로워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있습니다.


사랑은 밥먹듯이 해야합니다.


어제 먹었다고해서 오늘 끼니를 거를 수 없는것처럼 꾸준히 그리고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정갈하게 차린 밥상처럼 소박하게 하루이틀 시끌벅적하게 잔치를할게 아니라면 매일 매끼 맞이하는 집 밥처럼 그렇게 무난하고 담백한 사랑도 참으로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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