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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랑은 사고입니다

♥약용식물관리사 고객센터 2016. 8. 29. 18:44



사랑은 사고입니다


모처럼 쉬는 주말 친구가 부탁을했죠.


내가 오늘 내 사촌동생한테 운전 연수시켜주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까 니가 대신좀 해주면 안되겠냐?


하도 사정을 하길래 친구집으로 갔더니 친구의 사촌 동생이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안녕하세요 ㅇㅇ 친구 ㅇㅇㅇ 입니다.


<아 얘기 들었어요. 오늘 저 도와주신다구.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운전을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못하니까 연수받는거죠. 괜찮으니까 얼른 타세요 ^^


그리곤 그녀에게 운전대를 맡겼는데 부응~끽~ 부응~ 끽~ 하도 급출발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바람에 속에선 신물이 올라오고 등에선 식은땀이 줄줄. 그러자 자기도 미안했는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못하죠 ㅠ.ㅠ


죄송하단 말을 스무번도 넘게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마다 괜찮다고 달래주며 운전을 가르쳤는데 얼마쯤 더 갔을까?


어머 어떡해!! 어떡해!!!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제 애마를 다른 차에 곱게 박아버렸고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그렇게 또 죄송을 연발. 거기다대고 뭐라고 할 수가 없어서 전 애써 침착하게 그녀의 안부를 살폈습니다.


차는 보험처리하면 되니까 걱정하지말고 다친데 없어요?


네. 저는 괜찮아요...


운전은요 계속할 수 있겠어요?


아니요 저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가지구...


아 원래 초보때는 다 그렇죠. 그럼 오늘은 이만하죠.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그녀에게서 죄송하다는 말만 서른번쯤 듣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는겁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연락처를 물어볼까 하고 있었는데 그녀한테서 먼저 연락이왔죠.


안녕하세요 몸은 괜찮으세요?


아 예 몸이요. 그게 음... 아픈 것 같기도하고, 안 아픈것 같기도하고...


아... 그럼 쉬셔야 되잖아요. 사실은 제가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서 식사 대접한 번 하려고 그랬거든요...


아 밥이요? 좋죠 언제 먹을까요? 전 지금 당장도 괜찮은데 !


저녁을 먹는 내내 어찌나 시간이 빨리가던지 1분 1초가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안절부절 하다가 헤어질 때 저도 모르게 그만


우리 내일도 만나요.


네?


아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몸이 좀 아픈것 같기도하고, 안 아픈것 같기도하구 그러니까 확실하게 안 아파질때까지는 그쪽이 책임을 지셔야하는게 아닐까...


정말 바보같은 말이었지만 저는 그 말로 그녀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 요즘은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니라 제 운명의 여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흔히 사랑을 사고에 비유하는데 맞습니다.


사랑은 사고입니다.


내가 아무리 방어를 잘하고 있어도 느닷없이 찾아오죠. 일단 나게되면 수습도 안됩니다. 매일밤 그 사람 생각에 끙끙 앓게 되지요. 보험처리도 안되는 치명적인사고, 하지만 얼마든지나도 참 좋은 행복한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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