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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랑은 떠오를때부터

♥약용식물관리사 고객센터 2016. 8. 28. 00:45

 

사랑은 떠오를때부터

 

때는 2004년 어느 여름날 새벽

 

갑자기 엄마가 저를 깨우는 겁니다. ㅇㅇ아 빨리 일어나!! 주차장에 불났어!! 아무것도 챙기지말고 빨리 몸만 챙기고 나와!! 놀라서 잠옷 차림으로 뛰어나가보니 정말로 아빠차가 불에 활활 타고있었고 여러 주민들과 소방관들의 도움으로 재빨리 화재를 진압하여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어요.

 

소방관들 말로는 방화가 의심된다고 했고, 그 얘기를 들으니 더 무서워지게 되었습니다.

 

한바탕 난리가 끝이나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지만 도무지 진정이 되지않았고 잠깐이라도 누구와 대화를하고 싶었죠. 그런데 그때 시간이 새벽 4시... 어디론가 전화할 시간이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전 그에게 전활 걸었죠. 신호가 울리기 무섭게 전화를받은 그사람

 

여보세요?

 

모임에서 알게된 선배였습니다. 그 전까지 사적으로 통화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그날따라 왜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지는 지금도 미스테리...

 

암튼 수화기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미안해요. 너무 무서워서 누군가와 얘기를하고 싶은데 생각 나는게 선배밖에 없어서요.

 

저는 방금전 있었던 모들 일들을 자세하게 얘기했고, 평소 말수가 적어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그는 어른스러운 말투로 저를 다독여주었습니다. 제가 완전히 징정이 될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고, 전화를 끊고나니 이미 동이 떠오를 무렵에서야 저는 아기처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간밤에 그렇게 느닷없이 전화한게 미안해서 사과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고있었는데 이번에는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죠.

 

어때? 이제 기분좀 괜찮아졌어? 

 

네 어제는 미안했어요

 

미안하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응? 언제든 

 

그날을 계기로 우리는 자주 통화하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고 긴 대화를하며 점점 가까워진 어느 날

 

있잖아. 그때 니가 나에게 전화해줘서 나 진짜 기분 좋았다. 사실 나 전부터 니가 마음에 있었거든... 근데 제일 힘들때 생각나는 사람이 나라고 하니까 정말 행복하더라.

 

그는 그렇게 자기의 속마음을 고백해왔고, 저는 그 마음을 받아들여 그의 여자가 되었죠.

 

불이났건 안났건, 좋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때 그 사건 덕분에 사랑을 하게된 우리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은 불화 한 번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오고 있습니다.

 

사랑은 떠오를때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외롭거나 무서울 때 힘들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 맛있는걸 먹을때나 아름다운걸 볼때나 좋은곳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목소리 듣고싶고 함께 있었으면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가 내 사랑일겁니다.

 

그러니 그럴때는 망설이지말고 다가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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